느리게 천천히, 혹은 빠르게 빠르게 흘러간 시간 뒤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어쩌다보니 버텼고, 어쩌다보니 버티게 됐다.가족이며, 회사며 그 어느 곳에서도 맘 편히 쉴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버텨내다보니집에서 혼자 쉬는 것 조차 편안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몸이 너무 많이 아팠다. 물집이며 대상포진이며, 계속되는 배탈에, 편도염 후두염이며 계속 아팠다. 몸이 좀 낫고나니 힘든 걸 잊을 핑계로 다른 것에 집중을 해볼까, 생산적인 일을 좀 해볼까 해봐도아직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만의 시간 속에서 쉬고 있는데도, 편안한 장소에서 책을 보는데도 집중이 안됐다. 왜 이럴까 싶은 마음에 그냥 계속 앉아서 나를 관찰했는데,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계속해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한 내 모습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