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요/⛑️23'06 1년차 30

시공 1년 하고 종합병원 환자 된 후기

속에서 폐까지 올라오던 기침이 2주 동안 안멈췄다가 이제서야 잦아들었다. 좀 괜찮아져서 병원 약 그만 먹고 싶어서 병원 안가던 찰나.. 그런데 남자친구가 자기가 가는 병원 잘한다고 기여코 가재서 이비인후과 갔는데 웬걸.... 위염에 후두염에 혹까지 생겨버렸다. 크기는 작아서 관찰하다가 수술하면 된다고 하는데 여러 바이러스가 침투 되고 면역력이 떨어져버린 내 자신이 너무 슬펐다. 평생 담배 안피고, 술도 안마시고, 야채랑 과일 좋아하는 사람인데... 일하면서도 일해서 쓰는 체력은 노동이고, 공기도 너무 안좋고 온갖 현장 소리에 누구를 부르면 꽥 소리지르고 불러야 하다보니... 결국에 이런 병?까지 얻게 됐다. 약 타면서도 밖에 나가지 말라, 말 많이 하지 말라는데 절대 그럴 수 없는 파트에서 일한다😢 태어..

1년 즈음 본사 교육 받는 날 느낀 점

1. 시공 일을 1년 하고 교육 받으니 본사 책임님들이 하시는 말씀과 내용에 대해서 이해가 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안간 힘을 들여 들었다면, 지금은 대충 들어도 무슨 얘긴지 알겠고 이해가 된다. 교육 과정은 8시에서 5시 반까지인데 30분 단위로 강의 쪼개기도 하고 교육원 때 만큼이나 쉴 새 없이 되는데, 이제는 안전, 품질, 환경 등에 대한 이해도 되는 달라진 내가 신기했다. 2. 현장 일은 힘들지만 나도 모르게 배우는 게 생긴다.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넓은 연면적의 부지의 6개 동을 혼자 맡아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잘 알고 진행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였다. 정규직처럼 교육을 매달 해주지도 않고, 반기에 한 번 뿐인 교육. 그렇다고 현장에서 백통 전화받고 검측 갔다가 문..

D+304. 산골에도 봄이 왔다

갑자기 선택의 날이 왔다. 4월 쯤이라 생각은 해왔지만 3일만에 선택해야 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밥 먹으면서도 생각해보고, 검측 받다 멍 때리면서도 생각해봤다.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나도 애정이 없으랴, 용기내서 큰맘 먹고 인사실에 연락도 해봤다. 연락이 안되서 맘 졸이기도 했다. 근데 결국 닿은 전화에 기대했던 마음의 부응은 커녕 현실을 알게 됐고 좀 더 빠른 선택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통화 중에 아쉽지 않겠냐 물어봤을 때, 곰곰히 생각해봤다. 일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이제서야 사람들이랑 친해졌는데 끝나니 아쉬운 거 밖에 없다고 답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고 참고 있던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다. 그리고 이 시간까지 내가 적응할 수 있게 주변에서 조금씩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D+294. 10개월의 회고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일기장을 들여다 봤다. 2년이라는 시간을 드래곤볼 모으듯이 모으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 하루 일 끝내고 겨우 누워자는 게 낙인 하루들. 지치기도 하고, 부치기도 하고. 힘든 나날들. 그래도 절대 안채워질 거 같던 10개가 모였다. 일기장을 보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곳에 오기 전엔 현장이 참 가고 싶었는데 막상 새로운 일들을 겪어보니 처음 겪는 어려움들에 뒷걸음 치게 됐다. 어느 그 하나 쉬운 게 없는 날들이였다. 남들이 보면 얼마 안되는 시간이겠지만 나한테는 정말 오랜 시간... 장고의 끝에 남겨진 5개월이였던 거 같다. 라고 적혀있다. 나도 버틸 수 있네? 라는 생각도 든다. 죽을 듯 힘들었는데 어쨌든 버티긴 했다. 난생 처음 겪는 타지 생활과, 현장 생활에 힘이 들었지만 버..

D+283. 해도해도 버거울 때

일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필요한 시기가 됐다. 그만 전화 받았으면 좋겠고, 그만 말걸었으면 좋겠고 정신없이 일하는 날이면 화장실도 못간다. 현장 다녀오면 화장실은 다른 사람 쓰고 있고, 생리현상 참다보니 방광도 안좋아지고 변비도 생긴다. 내가 맡은 업무의 특성이기에 아무리 불평해도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현장 다니면 손 꼭 잡아주시면서 매니저님만 맨날 돌아다니냐고 고생한다 말씀해주시는 유도원 아주머님들, 여러동 검측 받고 슬라브에서 계속 전화받다 표정 안좋고 지쳐보이면 따뜻한 음료수 주머니에 꺼내 13층 슬라브에서 건내주시는 철근 차장님, 회사가 아닌 감리분들께 일을 배웠고 그래도 ㅇ매니저가 제일 낫다 고생한다 손수 차 타주시는 감리분들, 부족해도 계속 같이 도와주시려는 협력..

D+255. 마음은 퇴근하고 덜 먹고, 공부하는건데... 하하

마음은 퇴근하고 덜 먹고, 공부하는건데... 실행이 습관이 되기가 쉽지 않다. 저번주에는 주 3회 도서관을 자발적으로 잠 참고 꾸역 갔었는데, 이번주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에 와서 쓰러져 잤다. 예민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자는 게 최고라서 그렇게 된다... 그래도 일찍 자고 일어나면 한결 컨디션이 좋아서 탁월한 선택이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그렇게 하니까 공부를 못했다. 무엇이 진정 맞는 선택인걸까... 아직도 일이 피곤하고 힘들고, 힘에 부친다. 6개월 이상 일하고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이 역시나 힘들긴 하나보다. 이제 슬라브 철근도 잘 타고, 계단도 잘 오르고, 비와도 눈와도 장화 신고 힘차게 돌아다니고, 누가 소리질러도 눈 꿈뻑 안하고, 아직 잘 모르는 내용으..

D+247. 셀프케어로 요즘은 조금 달라진 일상

6개월이 넘고 나서는 일에 전보다는 조금 안정감이 생긴 거 같다. 팔다리가 너무 아프고 육체가 버거워서 힘겨웠던 시간들은 지난 거 같다. 요즘도 무리하면 너무 힘들어서 코 골면서 기절하기 일쑤지만, 그래도 퇴근하고나 특히 주말에는 에너지가 남는다. 그래서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병원도 다닌다. 공부할 생각도 한다. (아직 공부를 제대로 하진 않지만) 현장에서 각종 먼지며 화학물질, 콘크리트 등 다양한 미세먼지와 유해물질들을 마시며 일한다. 사람들도 친절하지 않지만, 현장 상황 또한 나름의 노가다의 현실이다. 그렇게 다양한 흙먼지 구덩이를 온몸을 덮은 체 퇴근하면 나는 제일 먼저 씻는 일 먼저 한다.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씻고 휴식... 그렇게 6개월을 넘게 지낸 나에게 요즘은 이런 저런 선물을..

D+235. 시간이 지나며 어찌됐둥 일은 되고, 분위기가 좋은 때도 온다

처음에 일하면서는 이게 과연 맞나 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던 거 같다. 부서끼리 사이가 안좋고, 서로를 싫어하고, 어떤 이유로든 헐뜯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몸으로 부딪혀서 해야 하는 힘든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도 참 지치는 일이였다. 현장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집단의 분위기도 어떤 지 이제 알게 됐다. 일반 사무직과 같은 분위기는 전혀 다른 분위기인 거 같다. 같이 으쌰으쌰의 분위기가 생길 때 일이 수월해진다. 그런 군중 속에서도 떨어져 각자도생으로 함께 걸어가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찌됐둥 일은 맞춰져가고, 가끔은 분위기가 좋은 때도 온다. 뒤에서 욕을 하기도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단체의 이미지대로 회사는 어찌됐둥 울퉁불퉁..

D+220. 일하면서 서러울 때

내가 하루 쉬면 현장이 안돌아가니까 아파도 안되는 게 시공인 거 같다. 아파도 마음대로 연차도 못쓰고, 오늘은 아침 새벽 출근부터 근육통에 온몸이 두들겨 맞은 거 같이 아팠다. 출근해서도 아팠는데, 겨우 참고 현장 검측 받았다. 대강 이것저것 주워먹고, 점심시간 되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자고 일어나니까 온 전신에 식은땀이 잔뜩 났다. 정신 차리고 있는데 또 날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이것저것 했냐, 안했냐 계속 물었다. 어제 검측 일곱 동을 호이스트 제대로 설치 되기 전이라 10층 넘게 왔다갔다 했더니 좀 무리한 이유인 지 또 찾아온 몸살… 감기가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인데, 사계절 뚜렷한 북부지방에서는 감기도 잘 걸린다. 체력의 용량을 넘어선 일을 하다보니 몸살도 걸린다. 아픈데도 쉬지도 못하고 일하..

D+208. 버틴만큼 좋아지는 체력과 운동, 현장에서 살아남는 법

참 신기하게도 6개월을 버티니 체력도 좋아졌다. 퇴사하고 무방비한 상태로 학원다니며 공부만 6개월 하다보니... 망가진 몸 때문에 현장 적응이 어려웠다. 학원 다닐 때 이미 자격증 준비 다 된 친구들은 헬스 다니는 군필자 체력에도 시공은 다들 퇴사하기 일쑤... 시공 간 친구들 중에 퇴사한 사람 찾기보다는 남아있는 친구들 숫자 세는 게 더 쉽다..... 참 적성에 맞기가 힘든 직무같다. 나 같은 경우는 적성에 맞는 일보단 버틸 수 있냐, 없냐의 기준으로 버틸 가치가 있는 지의 유무가 중요한 30대이기에... 열심히 버텼다. 사회생활의 경험이 있고, 아무래도 선택의 기준이 좀 더 뚜렷한 점이 날 더 버티게 만든 거 같다. 많은 걸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했기에 좀 더 굳은 심지로 버틴 거 같다. 아직 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