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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해요/멘탈관리

크리스마스 이브다


느리게 천천히, 혹은 빠르게 빠르게 흘러간 시간 뒤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어쩌다보니 버텼고, 어쩌다보니 버티게 됐다.
가족이며, 회사며 그 어느 곳에서도 맘 편히 쉴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버텨내다보니
집에서 혼자 쉬는 것 조차 편안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몸이 너무 많이 아팠다. 물집이며 대상포진이며, 계속되는 배탈에, 편도염 후두염이며 계속 아팠다.
몸이 좀 낫고나니 힘든 걸 잊을 핑계로 다른 것에 집중을 해볼까, 생산적인 일을 좀 해볼까 해봐도
아직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만의 시간 속에서 쉬고 있는데도, 편안한 장소에서 책을 보는데도 집중이 안됐다.
왜 이럴까 싶은 마음에 그냥 계속 앉아서 나를 관찰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계속해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한 내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런 일로’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그런 일이‘라고 했다가도 남일이니 나중에는 가벼운 에피소드가 됐다.
괴로움을 겪었던 당사자는 막상 그렇지 않은데, 그 이해를 바라기엔 남과 나라는 경계가 느껴졌다.
누가 뭐라하든 내가 이겨내야 하는 문제임을 알면서도,
지치고 힘드니 누가 알아줬으면 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에 서운함이 생기는 거 같다.
혼자 나의 그런 상태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들을 벌려놓을 걸 정리하고 다시 나를 정중앙에 놓았다.
내가 먼저인데, 가끔은 회피하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
이번에 느낀 건, 그게 해결책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지금 조금은 긴 쉼이 필요한 시기인 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한테도 공감받지 못하던 내 마음이 동생들한테 전화하고는 해결됐다.
동생은 휴학을 하기도, 일을 그만두고 잠깐 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결정도 가족들의 시선과 남이 보는 시선은 의견이 분분했다.
얼른 졸업하는 게 낫지 않냐, 일을 바로 구하는 게 낫지도 않냐, 어른들의 잔소리는 그랬다.
이론적으로 보면 그게 맞는데, 나는 그 마음을 알기에 잠깐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한순간에 눈물 쏟았던 처절했던 순간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각자의 일상으로 곧바로 돌아가서
묵묵히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해내던 몇 개월간 얼마나 우울하고 지쳤을 지 겪어본 나는 알 거 같았다.
슬픔을 오롯이 느낄 새도 없이 지나온 시간, 충분히 슬프고 아픈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증상은 다 똑같았는데, 약간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한 마음이 드는 거였다.

각자가 자신을 더 돌보고, 마음을 다독여줘야 한다.
시간이 날 때면 애들 목소리라도 듣고, 일상적인 얘기라고 하려고 한다.
걱정되서 연락하지만, 되려 내가 마음에 안정을 찾기도 한다.
이런대로 시간을 보내면 또 괜찮아지는 날, 함박웃음 짓는 날도 오겠지!

올해는 너무 많은 일들이 겹치고, 해결해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묵묵히 내 길을 너무 지침에도 계속 걸어가야 했던 고단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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