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요/⛑️23'06 1년차

D+304. 산골에도 봄이 왔다

취업해요진 2024. 4. 10. 00:46

갑자기 선택의 날이 왔다.
4월 쯤이라 생각은 해왔지만 3일만에 선택해야 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밥 먹으면서도 생각해보고, 검측 받다 멍 때리면서도 생각해봤다.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나도 애정이 없으랴, 용기내서 큰맘 먹고 인사실에 연락도 해봤다. 연락이 안되서 맘 졸이기도 했다. 근데 결국 닿은 전화에 기대했던 마음의 부응은 커녕 현실을 알게 됐고 좀 더 빠른 선택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통화 중에 아쉽지 않겠냐 물어봤을 때, 곰곰히 생각해봤다. 일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이제서야 사람들이랑 친해졌는데 끝나니 아쉬운 거 밖에 없다고 답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고 참고 있던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다. 그리고 이 시간까지 내가 적응할 수 있게 주변에서 조금씩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하다. 주변 사람들이 일 잘하고 있는데 아쉽다 해주신 말씀 그걸로 그간 아팠던 마음이 다 나았다.

최선을 다했고 그게 끝이다.

힘들어서 점심도 안넘어가고 불꺼지면 밥 안먹고 잠자기 바빴던 날들, 바로 가고 싶을 때 화장실도 가지 못한 날들, 앉아서 쥬스 마시고 커피 마시고 일하는 게 부러웠던 날들, 제발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으면 했던 날들, 손발이 잘릴 거 같이 추운데 현장 지키며 추웠던 날들, 여름이면 더위 먹어 얼굴 터질 거 같이 땀 흘리고 정신 못차리던 날들, 60층 오르면 목허리팔다리 아파서 퇴근하고 방바닥에서 꼼짝 못했던 날들, 잠깐 10분 회의해도 검측 해달라고 10통 전화오고, 겨우 화장실에 앉아있어도 전화오고, 걸어가고 있어도 전화오고, 검측 받고 있어도 전화오고, 출근하고 있어도 전화오고, 체조하는데도 전화오고, 점심시간에도 전화오고, 퇴근하고 단톡방 카톡마비에, 하루에 전화 50통 넘게 하며 진절머리 나던 날들, 서류업무 하려고 앉아있어도 수행팀은 앉아있는 거 아니라며 자리에 와서 꼽주는 다른 팀 상사, 그러면서 정작 회사에서 깔깔 대면서 수다떨거나 폰보고 놀고 있는 거 보면 맥 빠지던 날들...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