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요/⛑️23'06 1년차

D+283. 해도해도 버거울 때

취업해요진 2024. 3. 20. 19:13

일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필요한 시기가 됐다. 그만 전화 받았으면 좋겠고, 그만 말걸었으면 좋겠고 정신없이 일하는 날이면 화장실도 못간다. 현장 다녀오면 화장실은 다른 사람 쓰고 있고, 생리현상 참다보니 방광도 안좋아지고 변비도 생긴다. 내가 맡은 업무의 특성이기에 아무리 불평해도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현장 다니면 손 꼭 잡아주시면서 매니저님만 맨날 돌아다니냐고 고생한다 말씀해주시는 유도원 아주머님들, 여러동 검측 받고 슬라브에서 계속 전화받다 표정 안좋고 지쳐보이면 따뜻한 음료수 주머니에 꺼내 13층 슬라브에서 건내주시는 철근 차장님, 회사가 아닌 감리분들께 일을 배웠고 그래도 ㅇ매니저가 제일 낫다 고생한다 손수 차 타주시는 감리분들, 부족해도 계속 같이 도와주시려는 협력사 차장님, 소장님, 과장님들... 참 감사하다.
그런 말씀 덕분에 힘이 났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일하며 속해있는 카톡방만 해도 회사 업무로 10개가 넘고, 개인 카톡도 다 제대로 못본다.

이제 체력이 좀 올라와서 시스템 비계 능숙히 타고, 슬라브 향해 계단걷기도 익숙해졌지만 이런 업무환경은 숨 쉴틈 없게 힘들다. 업무는 조금씩 익숙해지지만, 여전히 힘든 부분들도 있는 거 같다.



1년 가까이 일하며 힘든 점들...

참견이 지나친 상사...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다른 팀 팀장님 오셔서 수행팀은 앉아있는 거 아니라며 오셔서 여러번 말씀하시니, 앉아있기만 해도 눈치보인다. 이제는 밖에서 서서 쉰다. 서류업무도 좀 편하게 보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서 앉아있을수가 없다.

서운한 게 쌓여 왜 눈도 안마주치냐고 눈 위아래위로 훑어보는 3살 아래 동료... 카톡 답장 안하고 얼굴 표정 안좋다고 자기한테 기분 나쁜 거 있냐고 묻는 다른 팀 동료... 같은 팀이면 일 힘드니까 그러려니 하고 묻지도 않는데, 앉아서 일하는 일 하다보니 전혀 이해가 안되나보다. 그래도 직장 동료라 고마운 것도 있어서 3일 동안 말로, 카톡으로 그런 거 아니라 사과했다. 근데 나도 사람이라 그런지.. 최대한 노력해도 그 눈 위아래로 훑어보던 싸가지의 잔상이 잊어지지 않는다.

또 그런 이야기까지 구구절절 사실은요.. 일하면서 어쩌고 설명해야 하는 게 굉장히 피로하다. 상대방 입장에서 그렇게 서운하다 느낄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나는 숙소생활하며 굉장히 피곤함을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숙소생활 좋은 점도 많다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챙겨야 하고 입사 이후 줄곧 의무 아닌 의무가 되는 카풀에 부담이 됐다.

아 이래서 1인숙소가 도입되는구나를 1년을 앞두고 완전 깨달아버렸다.

일이 연속으로 힘든 주에는 팔 다리 사지가 아프고 두들겨 맞은 거 같이 몸살이 나 아파 끙끙대며 잠드는 게 아직 시공 신입의 일상이다. 자도자도 피곤한 얼굴과 다크서클에 제대로 내 얼굴을 거울로 볼 시간도 없다.

퇴근하고는 운좋게 에너지 남는 날이면 하루에 두 곳씩 병원가고, 자동차 수리나 세차하고, 조용히 혼자 밥 먹거나 공부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9개월 만에 어렵게 내가 말꺼내 카풀에서 해방되고 할 수 있게 된 나만의 자유... 요즘 출근시간 내 맘대로 나오고, 퇴근시간 행선지 없이 내가 바로 가고싶은 곳 갈 수 있는게 행복하다.

점점 택시기사가 된 경험을 한 나는... 다시는 카풀한다는 말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