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공부가 잘 되지도 않고, 두피관리 받고 난 뒤에 곧바로 집에 안가고 카페에 왔다. 포스팅도 끝내고, 새로생긴 스타벅스에 와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사이에 앉았다. 다들 혼자 온 사람들도 많고, 각자의 일을 하기도 함께 스터디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스타벅스에 오니, 디자인이나 안에 천장도 보게 된다. 천장도 그릴 때 난감했는데, 실제로는 천장에는 더~~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 솔직히 실무로 들어가려면 지금 기사시험 실기문제보다 더 어렵고 복잡할 거 같다. 소방법 건축법에 의거하면서, 도면을 제작하는 걸 넘어서서 현재에 꼭 필요한 추가 설비는 무엇이 있는 지를 다 알고 있어야 이렇게 디자인할 수 있을테니, 천장도 보고 어렵다고 생각할 게 아닌 거 같다.
뭔가 기사실기 시험 준비하면서 이쁜 공간을 다니니까,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가게의 분위기만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생각이 떠오른다. 저 선반의 높이는 얼마 정도 될 지 갸늠도 해보고, 천장에 달려있는 거라던지, 올라가는 계단 끝에 조명이 매입되어 있는거라던지, 테이블간의 간격, 바닥재의 종류 같은 게 궁금해진다.
기사 자격증이 있는 친구를 만났을 때, 이래저래 면밀히 살펴보며 실무현장에서 일하는 걸 떠올리는 모습을 봤는데. 아마 나도 기사시험에 붙고 일상생활을 할 때도 굳이 현업에서 일하지 않아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다. 학교를 다니는 것과, 기사시험을 취득하는 과정과는 또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내 인생에서 그래도 전공을 살려서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을 한 걸 칭찬해주고 싶다. 어쩌면 시각디자이너로 근무했기 때문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는 인생이였지만, 어릴 적 꿈과 열정을 떠올려 미래에 좀 더 수입이 안정적인 방면을 생각하다가 건축을 다시 선택하게 됐다.
30대가 되면 주변에 다들 결혼을 하기도 하고, 현재에 머물기도 한다.
나라고 그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근데 더 성공하라는 하늘의 계시인지.. 나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고, 어릴 적 품은 꿈을 펼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게 운명일지도, 결혼을 할 뻔 했지만 하지 않은 것과 현재 상황이 굉장히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도 어쩌면 내가 갈 길을 가게 하기 위한 하늘의 계시일지도 모른다. 둘러가고, 둘러가다가 많이 다치도 했지만 상처는 아물어간다. 그렇게 2023년의 마지막을 집에서, 카페에서 쉬어가며 아물고 있다.
쉬어가며 학원에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느꼈고, 집에서 나와 생각과 결이 맞는 유튜브를 보면서 생각의 폭도 넓어졌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게 됐다. 부모님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부모님의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내가 얼마나 많이 누렸던 것인지 알게 됐다. 감사한 마음으로 가족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어쩌면, 이런 힘든 상황들을 겪는 것 또한, 나를 성숙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였을지도 모른다.
사주를 보면 초년운이 안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덤덤해보이고 처음보는 누군가는 나를 굉장히 착하고 밝은 사람으로 볼지도 모른다.
근데 맞다. 나는 초년운이 굉장히 안좋았고, 매 순간순간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드는 상황이였다.
매년마다 봄만 되면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수포가 났고, 진물이 나서 아팠다.
10여년간 아팠던 상처는 20살이 되서도 이어졌고, 휴학까지 하면서 견뎌내야 했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병을 감내해내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였다. 물론,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타들어갔지만, 나는 정신적으로 병들어갔다. 마음과 몸은 항상 하나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뭉드러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망가져간다.
그런데 또, 마음이 힘들어서 몸이 망가져간 30살…
20대까지는 몸이 아파서 마음이 망가져갔고,
숱한 사회생활로 이제는 마음이 힘들어 몸이 망가졌다.
더이상의 지긋한 열정페이도… 나의 노동의 댓가를 온전히 값어치를 온전히 돌려받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블로그와 영상, 디자인 작업을 개인적으로 하면서 느낀 게 지금은 수입이 생기는 건 아니고, 취미로 즐기고 있지만… 나의 열정과 노력을 나의 일에 쏟아보니… 그에 대한 결과물과 만족감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최저임금으로 나의 기술에 대한 치부가 되지도 않고, 돈을 못받더라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가치있게 돌려받는다.
나의 노력과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나의 존재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나를 더 충만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나에게 돌아오는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과정으로 나는 글쓰기와 디자인, 편집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됐다.
이 일은 내가 안정적인 직업이 있더라고, 꾸준히 해 나가서 나의 발자취와 역량을 키워보고 싶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아직 정해진 것도 없고, 왜 이렇게 흘러왔는 지, 그리고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건지 알 순 없다.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답답함도 느끼고, 속상함도 느끼고, 크고 작은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껴간다. 내가 즐겁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대로 나아갈 예정이다. 아픈 기억들도 많지만 그만큼 좀 더 많은 경험과 시야를 가지게 된 사람으로, 가끔은 쉬어가며 웃으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단, 이 글을 마무리하고…
일단은 토요일날 기사시험장에 가서 최선을 다하고 오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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