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요/✍️취준일기

일주일 간 인턴 자소서 쓰고, 새벽길을 걸었다.

취업해요진 2022. 8. 29. 03:07

일하면서 자소서 쓰는 게 굉장히 심적으로 부담됐다.
기사 공부도 앞두고, 일도 하며, 자소서도 신경쓰려니 마음이 힘들었다. 정작 제대로 무언가 하나를 해내지도 못해놓고 마음이 힘들었다.

꼬박 집중한 날은 이틀이였던 거 같다. 친구랑 토요일날 근무하고 싶은 곳의 스타벅스가서 자소서 1-3번까지 쓰고, 다음날 일요일엔 5번까지 +전면수정에 집에서 하루종일 썼다.

처음에 5번까지 다 쓰고 메이저 공기업 다니는 친구한테 첨삭을 받았다. 내 걸 보더니, 부분이 아닌 전면수정이 필요해보인다는 냉철한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안좋았는데, 나 준다고 자기가 썼던 공공기관 자소서 모음집을 다 모아줬다. 너무 고마웠다. 비슷한 직렬 지원서들이라 문항도 거의 똑같고, 도움이 많이 됐다.

근데 친구가 쓴 자소서 보고 현타가 왔다.
왜 붙는 지 알 거 같았고, 친구꺼 보고 내꺼보니 정말 실속없어 보였다. 겉 핥기 식으로 써놓은 느낌이였고, 친구는 관련 공기업 근무경험이 있기에 업무와 직무파악이 빠삭했다. 그리고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자소서에 그려넣었다.

보고.. 너무 비교되니 맥 빠지고 마음이 지쳐서 밥 먹고 낮잠 한숨 푹 잤다. 그리고 저녁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다시 정리했다. 내가 인턴이 되더라도 정규입사도 또 막상 먼 얘기일 걸 생각하니.. 걱정도 앞서기도 한다.

2020년엔 서류 2번 합격한 적이 있는데,
2021년, 2022년엔 아직 없다.
처음에 적부 아닌 둘다 배수인데 덜컥 붙어서 우와 이게 되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게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줬던 거였고, 나중에 연이은 서탈에 그게 100%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아직 무조건 서류는 붙을만큼의 실력은 되지 않는다. 스펙도 많이 부족하다. 친구는 저런 무조건 합격 자소서가 되기 위해 2년이 걸렸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정해준 기업과 직렬에 대한 집중을 꾸준히 이어가고 시간이 쌓이면 취업이 덩달아 쉬워진다고 말해줬다. 오늘 새벽에 회사 잠깐 갔다가 밤길을 거닐며, 참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순간 내가 어느 시공간에 있는 지 새삼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 걷던 동네가 아닌 새로운 동네에 새벽에 혼자 걷고 있는 내가 이상하고 어색했다. 갑자기 내 나이도 서른이 넘었다. 이런게 세월이 금방 흘러가는 느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커리어에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새로운 직장에서 만족하며 근무할 수 있을까.
외롭지 않게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밤이였다.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서 그런지, 어딜가나 내가 이방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걷고 있는 동네에서도, 예전 살던 동네에서도. 혼자라는 느낌에 뭔가 외롭고 어색하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집에 있는 게 좋은 거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작은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