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요/⛑️23'06 1년차

D+21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제대로 쉰 휴일이다

취업해요진 2023. 7. 2. 20:59


경기도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혼자 쉬어본 거 같다. 처음으로 책상에 앉았다.
이케아 가서 가구 구입하고 조립하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친구들 만나고 그런 시간을 지나서 온전히 혼자 여유롭게 쉬어보는 건 참 오랜만이다. 정신없는 3주였다.

입사하고, 현장 사람들, 그리고 내 주어진 업무에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더 쉽지 않았다.
현장 일이 힘들거라고 미리 어림짐작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땡볕에서 더 힘든 업무강도에… 너무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 시스템에 사뭇 놀라며 적응하지 못했었다. 중간에 흔히 건설인들이 말하는 탈건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너무 힘들어서 잠깐 스쳐지나간 생각이였다.

어쨌든 숙소에 들어왔고, 계약직으로 준공을 목표로 입사했고.
그만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엄청 금전적으로 여유있는 상황이면 모를까?
그래도 하기로 해놓고 포기하는 건 내 사전에 없지.. 음하하..

검측서 들고 여기저기 블럭 돌아다니고 HPMS 사진 찍으러 TBM 시간에 현장 탐험? 다니고.. 그러면서 동도 외우고, 집수정이나 펌프 위치도 알면서 현장에 서서히 적응 중이다. 참 다행인 사실은 같이 근무하시는 팀장님, 사수, 다른 팀장님들도 좋으시고,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다 좋으시다. 이것도 운인 거 같다.

가끔은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기일이 정해진 일이다보니 서로 예민하거나 시끄러워지는 상황도 만연하게 발생하는 게 현장인 거 같다.

단톡방에서 교육원 친구들이 현장가서 먼저 일하는 거 눈팅만 하고.. 애들이 힘들다 힘들다 하도 그러길래 그냥 그런갑다~ 하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진짜 와보니 와 보통이 아니고 지금까지 일 잘 적응하고 있는 나보다 어린 교육원 동생들 진짜 리스펙.. 다들 체격도 건장하고 기사도 2,3개씩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헬스도 열심히 하는 근력있는 애들인데... 현장가서 힘들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직접 겪어봐야 아는 거 같다.

본사 간 친구도 그 친구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장에서 근무하면서도 그런 거 같다.

나도 다양하게 이직을 하며, 이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죽을만큼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고, 예전처럼 스무스 하게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이다.
이 현장을 지나 그 다음의 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 지가 기대되는 거 같다.

어제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과장님으로부터 예전 회사의 소식을 들었다.
내가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이 극대화 되서 초토화 된 사무실 분위기 소식을 들었고, 내가 힘들만 했긴 했구나 라는 뒤늦은 나에 대한 위로와 안타까움이 맘 속에 교차했다.

열정으로 열과 성을 다했던 자리를 내가 떠나고, 어쩌면 다시 볼 지 모르는 남이 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동고동락 했던 사람들이 잘 되길 바란다. 그간의 오해로 섥힌 사연이 어찌됐든. 좋은 마음들이 곳곳에 순환되길 바란다.
알고보면 나쁜 사람은 없고, 죄를 미워하라고 했다. 사회생활 해보니까 그런 거 같다.


오늘은 엄마랑 전화하다가 아버지랑도 통화를 했다. 취직을 하니 통화를 할 때마다 두 분 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보이신다. 두 분 다 겉으로 티는 잘 안내시지만, 내가 잘되기를 누구보다 원하셨던 거 같다. 그래도 좋은 숙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알려드리니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다. 작년 같았으면 엄마한테 이런 소식도 못하게 엄마가 아프셨지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어서 참 기쁜 거 같다. 아버지도 싸워서 이기는 게 이기는 게 아니고, 져주는 게 이기는 거라고 경험하신 조언을 하시며 내 사회생활을 응원하셨다. 하하. 두분에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언제쯤 부산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