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힘들 수 있구나를 견디고 12월이 됐다.
엄마 장례를 끝내고, 회사 일이며 집안 일이며 첩첩산중으로 풀리지 않아 받았던 스트레스가 이제 끝났나 했는데 내 몸은 아직 덜 표현했나보다. 늦게 온 추운 한파에 목이 따끔하더니 편도염이 걸렸다. 처음에는 그냥 목감기인 줄 알고 비타민 챙겨먹고, 며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열이 나면서 식은 땀 뻘뻘나고 침 삼키거나 헛기침을 해도 미친듯이 목이 아파왔다. 목이 아파서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최대치였다. 온몸이 후들겨 맞은 거 처럼 근육통과 진통이 동반됐다. 퇴근 후 몸을 최대한 쉬게 해주고 좋은 걸 챙겨먹어도 안나았다. 이틀 지나도 안낫고 더 심해지길래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편도가 엄청 많이 부었다고 했다. 장례 전후로 안밖으로 진술서 쓰고, 조사받으러 다니고 그런 후에도 곧바로 정신차리려 무진장 애쓰고 집안 일 해결한 뒤 바로 편도염이 왔다. 그간 몸이 많이 애썼구나 싶었다.
우리의 현 상황 파악하고 웃펐던 한 주
친구랑 같이 직업적성검사 한 거 바꿔봤는데 나는 가장 잘하는 게 “스트레스감내력, 자기통제, 인내력, 독립성, 정직” 순서였다. 결과지를 보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잘하는 게 죄다 참고 인내하는건가 하고 서글퍼졌다. 이런 환경에서도 나는 현재 업무 만족도가 66%가 나왔다. ㅈㅅ이는 16%로 번아웃 상태였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뭐든 참아지고 견뎌지나보다. 그래도 친구는 나한테 “그래도 언니는 몸이 아프잖아요, 아무리 잘 참아도 그렇게 참으면 안돼요”라고 했다. 친구가 그런 말 해도 그냥 걱정해줘서 고맙다 하고 넘겼는데, 몇 일 뒤에 바로 편도염 와서 방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좀비처럼 일어나서 정시 출근하고는 점심도 못먹고 식은땀 흘리면서 잠들었다. 퇴근하고는 아무 집안일도 못하고 씻고 쓰러져자길 4일 째… 다행히 약 먹고 기적적으로 나았다. 짧은 시간 오랫동안 본 서로라서 너무 서로를 잘 아는 거 같다.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구석이 있어서 같이 지내면 참 재밌는 친구다.
개성과 장단점이 뚜렷한 사람이 사회화 되는 길 = 가시밭길
서로가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비슷한 점이 있는 친구라 어떤 부분이 현 시점에서 힘든 지 서로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강한 신념으로 버텨내는 성격이라 나는 조금 더 버티고 있는 거 같고, ㅈㅅ이는 몰입하고 흥미 있는 일이라 조금 더 버티고 있는 거 같다. 둘다 우리 자신을 무엇이든, 어디든 틀 안에 넣어놓으면 틀에 안맞춰지는 성향이라.. 얼른 경력이 쌓여서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기까지의 과정이 참 우리는 남들보다 더 힘든 거 같다. 둘다 독특하지만, 우리의 방식대로의 재능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잘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이 우리를 너무 괴롭게 만드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데에 20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몇 번 째의 신입을 겪고 있는 지 아무도 모를거다. 아무리 욕을 먹고, 눈치 없이 행동하는 거 같아도 다 느끼고 있지만 무시하고 내 앞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여러번 다 겪어봤기 때문이다. 나한테는 적응하고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데, 사회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럭키비키의 이유를 찾는다면 중소기업에서는 이렇게까진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무자비하고, 냉정한 업무 환경이 나이 먹은 내가 빨리 자격을 갖출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의 그 간절함이 만들어낸 미래의 분위기인가. 대기업의 전문가 집단에서 최하위 노비로 밥벌어 먹고 사는 것도 쉽지 않다. 2년 반 동안 참 쉴 틈 없이 애쓰고 있는 거 같다. 계속해서 조금 더 버티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지금 시기에 과거와는 조금 더 간절함이 남다른 것도 친구랑 같은 거 같다. 혼자가 아니고, 힘든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거 같다.
아픈 게 나으니, 내일도 출근하는 금요일이지만 생산적인 하루였다.
오늘은 거진 일주일 간 방바닥에서 앓아누으며, 다사다난했던 순간 속에서 일을 처리하며, 머릿 속으로만 생각했던 밀린 숙제 들을 했다. 내가 하고 싶던 일들은 정말 일상적인 일이였다. 한편으로는 이번주는 일상적인 일을 아예 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청소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공부하고 싶던 책도 쭉 훑어보고, 빨래도 하고, 동생들한테 전화도 하고, 일기가 너무 쓰고 싶었는데 블루투스 키보드가 고장나서 내심 잘됐다하고 기분전환 겸 올해 초부터 사고 싶었던 8만원 짜리 키보드도 샀다. 아직 빨래 개는 건 못했는데, 이것들이 내가 머릿속으로 해야지 해야지 했던 하고싶던 일들이다… 일상생활이 되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구나 깨닫는 몇 안되는 순간이다. 하나 좋아진 점은 아파서 미각을 잃고 저녁에 적게 먹으니까 몸이 둔해지는 게 적어졌다. 맨날 퇴근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맛있는 거 잔뜩 먹으면 책상에 못앉고 지쳐잤는데, 그건 잘된 거 같다. 회사 이모도 나한테 그래도 얼굴 살 빠지니까 보기좋다고 하셨다... 음식이고 나발이고 걷기만 해도 아프고 출근해서는 얼른 집 가서 자고 싶을 정도로 아픈 게 괴로웠지만, 내게 필요한 터닝포인트가 된 거 같기도 하다. 퇴근하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일이다. 그간 책상에 앉기까지의 몸과 마음의 준비가 안됐던 거 같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건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의 건강의 최대 적인 거 같다. 아무리 애써도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생각과 말만 나오는 때, 살만 찌는 때, 머리 속으로만 해야되는데 라고 생각할 때… 그 모든 때는 스트레스 받을 때인 거 같다.
내년에는 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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